
참혹하고 잔인하다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이 나오지 않는 영화가 있습니다. <난징! 난징!>은 1937년 겨울,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난징 대학살을 처절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흑백의 건조한 화면이 오히려 그 참혹함을 더욱 날카롭게 전달합니다. 이 영화가 더욱 가슴 깊이 와닿는 이유가 있습니다. 난징의 아픔이 대한민국이 겪었던 일본 식민지 시절의 역사와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입니다.
난징 대학살의 참혹함 — 도시가 도살장이 된 그날
영화는 무너진 성벽을 넘어 밀려 들어오는 일본군과 절망적인 사투를 벌이는 중국군 병사 루타오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저항은 짧았습니다. 도시는 곧 거대한 도살장으로 변모합니다. 카메라는 그 과정을 회피하거나 축소하지 않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응시하며, 관객이 그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만듭니다.
독일인 존 라베를 필두로 한 국제 안전지대 사람들은 민간인들을 보호하려 애쓰지만, 광기에 젖은 군대 앞에 그 노력은 무력하기만 합니다. 다른 여성들을 대신해 스스로 위안부로 끌려가는 장춘신의 희생은 영화에서 가장 슬프고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전쟁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이 장면은 말 없이 보여줍니다.
난징 대학살, 위안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고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범죄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고, 아직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한 채 가슴 아픈 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님들께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한 채 하나둘 생을 마감하고 계십니다. 그 억울하고 비통한 마음이 얼마나 깊으실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너집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처 — 카도카와가 남긴 질문
이 영화가 단순한 고발 영화와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인 일본군 장교 카도카와의 시선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점령군으로서 학살의 현장에 서 있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행태를 목격하며 점차 영혼이 파괴되어 갑니다. 승전 축제의 함성 소리를 뒤로한 채, 그는 자신이 포로로 잡았던 두 명의 중국인을 몰래 풀어주고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 장면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쟁은 피해자에게만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가해자의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의 내면도 회복할 수 없는 방식으로 파괴됩니다. 그것이 전쟁이라는 것의 본질입니다. 누구도 그 안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그 역사를 숨기려 하는 것일까요.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용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잘못을 모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도카와조차 자신이 한 일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개인이 감당하지 못한 죄를 국가가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더욱 분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용서를 구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 난징과 대한민국이 공유하는 아픔
난징의 역사가 더욱 가슴 깊이 와닿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대한민국도 일본 식민지 시절, 똑같은 방식의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수탈과 탄압. 난징에서 벌어진 일들이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도 같은 가해자로부터 같은 방식의 폭력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카도카와가 풀어준 아이가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가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가장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수십만 명의 목숨이 스러져간 죽음의 도시에서, 그 작은 아이의 생존은 절멸의 공포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는 생명의 끈질긴 힘을 상징합니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역사는 살아 있습니다.
난징과 대한민국이 공유하는 이 가슴 아픈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잊는 순간 같은 역사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영화 <난징! 난징!>은 보기 편한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참혹한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할 때, 우리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난징의 아픔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아픔이 역사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영화 난징! 난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