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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아이들의 관계,감정의 변화,어린 시절의 기억

by o329 2026. 3. 29.

예쁜 꽃 속에 어린 아이들
우리들(2016)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울고 또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어울리던 그 시절. 이 영화는 바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매우 정확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충분히 아프고 충분히 따뜻한, 어린 시절 관계의 민낯을 그려냅니다.


아이들의 관계 — 교실 안의 보이지 않는 거리


영화의 배경은 교실입니다. 아이들은 함께 웃고 떠들지만 그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주인공은 그중에서도 어딘가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살짝 비켜 서 있는 아이입니다. 겉으로는 혼자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조용히 품고 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주인공은 한 친구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특별한 계기 없이도 금세 친해지고, 같이 걷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집에 놀러 가는 평범한 순간들이 이어집니다. 그 시간은 대단한 사건이 없어도 충분히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은 처음으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으로 돌아오면서 그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교실 안에는 이미 형성된 관계들이 있고, 다른 친구들이 개입하면서 작은 말과 행동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관계는 어른들의 그것보다 훨씬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위계와 거리감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그것을 과장 없이, 그래서 더 아프게 보여줍니다.


감정의 변화 —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크게 다투거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없습니다. 대신 눈빛이 바뀌고 말투가 달라지고 잠깐의 침묵이 길어지는 식으로 변화가 나타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 대신 행동으로 드러냅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렸을 때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서툽니다. 억울한 건지 속상한 건지 화가 난 건지 구분하지 못한 채 그냥 반응부터 나옵니다. 공을 손으로 집어 던져버린 동생도, 그 모습을 보고 버릇없다며 화를 낸 친구도, 울면서 대든 동생도 결국 모두 자기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행동으로 먼저 표현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 나이에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관계는 생각처럼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결국 다시 혼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을 실패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 경험이 아이의 마음속에 남아 또 다른 감정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는 것을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 사소한 것에 웃고 감정이 상하던 때


어렸을 때 축구를 하다 생긴 일이 생각납니다. 한 학년 아래 동생들과 함께 공을 찼는데, 지던 동생이 짜증을 내며 공을 손으로 집어 던져버렸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이 나이도 어린 동생이 형들한테 버릇없이 한다며 화를 냈고, 동생은 억울하고 분했는지 울면서 대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함께 뛰어놀았습니다.
그 나이 때는 축구를 잘하는 것이 자존심이었고, 골 스코어 하나가 기분을 좌우했습니다. 사소한 것에 쉽게 웃고 사소한 것에 감정이 상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그것이 그 시절의 진짜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게 되지만, 그 이전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오히려 더 솔직하고 순수한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시절의 기억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철없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아이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감정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고 나면 자신의 어린 시절 한 장면이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섬세하고 또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그 안에서 감정이 어떻게 쌓이고 변하는지를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출처: https://youtu.be/h_7TE_Q39Rg?si=d3oBiO0ymYlof7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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