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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기록]아산 재리캠핑장 2박 3일, 수영장 습격 사건과 우중 철수의 추억

by o329 2026. 4. 21.

고기는 역시 캠핑장에서 먹어야 제맛
화로대로 구운 고기

기다림 끝에 만난 '재리캠핑장' 입성기

 

캠퍼들에게는 저마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고 점찍어둔 위시리스트 캠핑장이 하나둘 있기 마련입니다. 저에게는 충남 아산의 '재리캠핑장'이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예약 페이지를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기회를 엿봤지만, 워낙 인기 있는 키즈 캠핑장이라 매번 빈자리 하나 찾지 못하고 포기하곤 했었죠. 그런데 요즘 캠핑 붐이 조금 가라앉은 덕분인지, 웬일로 주말에 남은 사이트가 보여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예약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곳은 요즘 뜨는 신생 캠핑장답게 시설부터가 남다릅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은 물론, 사계절 내내 이용 가능한 실내 수영장, 에어바운스, 모래놀이장, 넓은 편의점까지 갖추고 있어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이미 '아이들의 천국'으로 입소문이 자자합니다. 예약 완료 문자를 받는 순간부터 제 머릿속은 이미 텐트를 어떻게 치고 장비를 어떻게 배치할지 행복한 시뮬레이션으로 가득 찼습니다.

 

에르젠 라운지쉘터 S5와 데크 사이트의 찰떡궁합

 

우리가 선택한 자리는 5m x 6m 크기의 데크 사이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먼지 날리는 파쇄석보다는 수평이 잘 맞고 깔끔한 데크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 정도 사이즈면 제가 아끼는 '에르젠 라운지쉘터 S5'를 피칭하기에 아주 넉넉한 공간이죠. 아내는 널찍한 내부 공간 덕분에 개방감이 좋은 이 쉘터를 유독 좋아합니다. 부부의 취향이 딱 맞아떨어지는 사이트를 만나는 것도 캠핑의 큰 행운 중 하나입니다.
오랜 구력 덕분인지 도착 후 텐트 피칭과 세팅을 마치는 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팩을 박고 장비를 정리한 뒤, 캠핑 체어에 깊숙이 몸을 묻고 들이키는 시원한 캔맥주 한 모금. 이 첫 모금의 짜릿함 때문에 그 고생을 하며 짐을 싸고 여기까지 달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 이 맛에 캠핑 다니지!"라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저수지 바람을 뚫고 즐긴 목살 파티와 스마트폰 없는 밤

 

캠핑의 첫날 밤은 역시 고기가 주인공입니다. 저수지 바로 앞이라 그런지 바람이 제법 매섭게 불더군요. 준비해온 윈드스크린을 서둘러 설치하니 아늑한 우리만의 야외 주방이 완성되었습니다. 화로대에 직화로 구워낸 목살의 풍미는 집에서 구운 고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고기를 배불리 먹고 난 뒤에는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을 보며 '불멍'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깊은 밤, 텐트 안에서 팬히터를 켜고 아내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 한잔을 더 기울였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스마트폰 영상에 빠져 살던 딸아이가 캠핑장에서는 기계 대신 엄마 아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도란도란 나누는 가족의 대화가 깊어갈수록, 캠핑이라는 취미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물 반 사람 반, 실내 수영장에서의 짧은 사투

둘째 날 아침은 캠핑의 국룰인 라면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야외에서 먹는 라면은 왜 매번 질리지도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소화를 좀 시킨 뒤, 딸아이가 그토록 기다렸던 실내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이번 캠핑의 목적 중 8할은 이 수영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내라 공기도 훈훈하고 2층에는 피크닉존까지 마련되어 있어 시설 면에서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인파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몰려들어 어느덧 '물 반 사람 반'의 진풍경이 벌어지더군요. 물을 무서워하는 저조차 딸아이의 미소를 위해 기꺼이 몸을 담갔지만, 정작 물놀이를 좋아하던 딸아이는 너무 북적이는 사람들에 금세 실증을 내버렸습니다. 아쉽게도 한 시간 만에 다시 텐트로 복귀해야 했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에서 잠시나마 첨벙거렸던 그 시간만큼은 아이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리라 믿어봅니다.

 

거센 비바람과 '우중 철수'의 씁쓸한 교훈

 

마지막 날 밤, 잠자리에 들자마자 예보에 없던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후두둑 소리를 내며 시작된 빗줄기는 이내 거센 바람과 함께 텐트를 거칠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바람이 한 번씩 강하게 몰아칠 때마다 텐트가 들썩거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혹시나 텐트가 날아갈까 불안해하는 아내를 안심시켰지만, 사실 제 마음속이 더 조마조마하고 무서웠습니다.
날이 밝아도 비바람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장비와 텐트가 흠뻑 젖은 채로 짐을 싸야 하는 '우중 철수'를 강행했습니다. 젖은 장비를 차에 싣고 내 몸도 비에 젖으니 기분이 영 가라앉더군요. 하지만 옆 사이트 사람들도 다 같이 비를 맞으며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니 묘한 동질감과 위로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씁쓸한 웃음이 났습니다.
비록 마지막이 빗속의 사투로 끝났지만, 재리캠핑장에서의 2박 3일은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젖은 텐트를 말릴 걱정에 머리가 아프긴 해도, 조만간 다음 캠핑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저를 생각하니 캠핑의 마력은 참 무서운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이 더 기대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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