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캠퍼들에게 여름이란? 고생을 자처하는 '진정한 꾼'들의 계절
사계절 중 캠핑이 가장 힘든 계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아마 열 명 중 아홉 명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름'이라고 답할 겁니다. 사실 여름 캠핑은 제정신(?)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죠.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습도는 90%를 육박하고, 산속의 모기와 벌레들은 평소보다 더 독하게 달려드니까요. 오죽하면 여름엔 아예 캠핑 장비를 창고에 모셔두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절 따위에 굴복하는 캠퍼가 아닙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수영장에 뛰어들어 몸을 식히고, 캠핑용 에어컨 바람 아래서 이너텐트에 누워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그 사소한 '맛'을 포기할 수 없거든요. 이번 여름 휴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시원한 곳을 찾아 충북 제천의 '덕동산 상낙원 캠핑장'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저희 가족은 웬만해선 한 번 간 곳은 다시 안 가는데, 이번엔 왠지 이름부터 '상낙원'이라는 게 심상치 않아 기대가 컸습니다.
2. 구불구불 오르막 끝에 만난 서늘한 숲의 환대
덕동산 입구에서 캠핑장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올라갈수록 나무는 터널처럼 우거지고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지더군요. 길을 잘못 들어 후진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빠져나오기를 몇 번, 마침내 도착한 캠핑장은 깊은 산속에 꼭꼭 숨겨놓은 비밀 산장 같았습니다. 사이트마다 커다란 나무들이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에 챙겨온 텐트는 '리메이드 L사이즈 지퍼 타프쉘'이었습니다. 여름엔 넓은 공간과 벌레 차단이 필수라 망설임 없이 선택했죠.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푹푹 쪄야 할 날씨인데 피부에 닿는 공기가 서늘했습니다. 타프쉘을 치는 내내 신기하게도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습니다. 원래 같으면 눈에 땀이 들어가고 옷이 흠뻑 젖어 녹초가 되어야 하는데, 아내와 저 모두 "여기 온도계 고장 난 거 아니냐"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선풍기까지 틀어놓으니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 소리는 캠핑장 이름 그대로 '낙원' 그 자체였습니다.
3. 얼음물 수영장의 위엄과 뜻밖의 불청객, 편도염
상낙원 캠핑장의 수영장은 그야말로 '냉동고'였습니다. 산세가 깊어서인지 물이 얼음물처럼 차가워 발을 담그는 순간 온몸에 한기가 저릿하게 올라왔습니다. 한여름에 물이 너무 차가워서 오래 못 들어가 있다니,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몇 년간 수많은 캠핑장을 다녔지만 이런 쾌적함은 정말 처음이라 우리 가족 모두 뜻밖의 호사를 누리고 있었죠.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시원한 기분에 취해 마셨던 첫날 밤의 맥주가 화근이었는지, 아내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침도 못 삼킬 정도로 편도가 퉁퉁 부어 표정이 굳어버렸습니다. 비상약으로 챙겨온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휴가 분위기를 깨기 싫어 꾹 참고 버티는 아내의 마음을 미처 다 헤아려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함이 앞섰습니다. 남편으로서 더 세심하게 챙겼어야 했는데, 시원한 날씨에 취해 저만 너무 들떠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폭염 속에서 그리워지는 덕동산의 서늘한 기억
캠핑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목의 염증을 긁어내야 할 정도라며 호통을 치시는데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군요. 아내는 그 아픈 와중에도 저와 딸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차마 말을 못한 모양입니다. 치료를 받고 병원 문을 나서는데, 다시 지독한 폭염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흐르는 땀을 닦다 보니 자연스럽게 덕동산의 그 서늘했던 바람이 간절하게 생각났습니다.
비록 마지막엔 아내의 치료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덕동산 상낙원 캠핑장에서 보낸 2박 3일은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자연이 주는 완벽한 피서지와 그 소중한 공간에서 나누는 가족의 정. 다음번엔 아내의 컨디션까지 완벽하게 챙겨서 다시 한번 이 깊은 산속의 공기를 마시러 와야겠습니다. 텐트를 말리고 정비하며 다음 출조를 계획하는 지금, 벌써 덕동산의 그 시원한 계곡 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