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캠핑 조행기] 한여름의 미스터리, 덕동산상낙원에서 만난 뜻밖의 낙원

by o329 2026. 4. 22.

시원한 캠핑장에서 엄마랑 딸이랑
덕동산상낙원 캠핑장 데크(A13)

​1. 캠퍼들에게 여름이란? 고생을 자처하는 '진정한 꾼'들의 계절


​사계절 중 캠핑이 가장 힘든 계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아마 열 명 중 아홉 명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름'이라고 답할 겁니다. 사실 여름 캠핑은 제정신(?)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죠.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습도는 90%를 육박하고, 산속의 모기와 벌레들은 평소보다 더 독하게 달려드니까요. 오죽하면 여름엔 아예 캠핑 장비를 창고에 모셔두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절 따위에 굴복하는 캠퍼가 아닙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수영장에 뛰어들어 몸을 식히고, 캠핑용 에어컨 바람 아래서 이너텐트에 누워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그 사소한 '맛'을 포기할 수 없거든요. 이번 여름 휴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시원한 곳을 찾아 충북 제천의 '덕동산 상낙원 캠핑장'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저희 가족은 웬만해선 한 번 간 곳은 다시 안 가는데, 이번엔 왠지 이름부터 '상낙원'이라는 게 심상치 않아 기대가 컸습니다.


​2. 구불구불 오르막 끝에 만난 서늘한 숲의 환대


​덕동산 입구에서 캠핑장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올라갈수록 나무는 터널처럼 우거지고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지더군요. 길을 잘못 들어 후진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빠져나오기를 몇 번, 마침내 도착한 캠핑장은 깊은 산속에 꼭꼭 숨겨놓은 비밀 산장 같았습니다. 사이트마다 커다란 나무들이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에 챙겨온 텐트는 '리메이드 L사이즈 지퍼 타프쉘'이었습니다. 여름엔 넓은 공간과 벌레 차단이 필수라 망설임 없이 선택했죠.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푹푹 쪄야 할 날씨인데 피부에 닿는 공기가 서늘했습니다. 타프쉘을 치는 내내 신기하게도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습니다. 원래 같으면 눈에 땀이 들어가고 옷이 흠뻑 젖어 녹초가 되어야 하는데, 아내와 저 모두 "여기 온도계 고장 난 거 아니냐"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선풍기까지 틀어놓으니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 소리는 캠핑장 이름 그대로 '낙원' 그 자체였습니다.


​3. 얼음물 수영장의 위엄과 뜻밖의 불청객, 편도염


​상낙원 캠핑장의 수영장은 그야말로 '냉동고'였습니다. 산세가 깊어서인지 물이 얼음물처럼 차가워 발을 담그는 순간 온몸에 한기가 저릿하게 올라왔습니다. 한여름에 물이 너무 차가워서 오래 못 들어가 있다니,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몇 년간 수많은 캠핑장을 다녔지만 이런 쾌적함은 정말 처음이라 우리 가족 모두 뜻밖의 호사를 누리고 있었죠.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시원한 기분에 취해 마셨던 첫날 밤의 맥주가 화근이었는지, 아내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침도 못 삼킬 정도로 편도가 퉁퉁 부어 표정이 굳어버렸습니다. 비상약으로 챙겨온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휴가 분위기를 깨기 싫어 꾹 참고 버티는 아내의 마음을 미처 다 헤아려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함이 앞섰습니다. 남편으로서 더 세심하게 챙겼어야 했는데, 시원한 날씨에 취해 저만 너무 들떠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폭염 속에서 그리워지는 덕동산의 서늘한 기억


​캠핑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목의 염증을 긁어내야 할 정도라며 호통을 치시는데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군요. 아내는 그 아픈 와중에도 저와 딸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차마 말을 못한 모양입니다. 치료를 받고 병원 문을 나서는데, 다시 지독한 폭염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흐르는 땀을 닦다 보니 자연스럽게 덕동산의 그 서늘했던 바람이 간절하게 생각났습니다.
​비록 마지막엔 아내의 치료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덕동산 상낙원 캠핑장에서 보낸 2박 3일은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자연이 주는 완벽한 피서지와 그 소중한 공간에서 나누는 가족의 정. 다음번엔 아내의 컨디션까지 완벽하게 챙겨서 다시 한번 이 깊은 산속의 공기를 마시러 와야겠습니다. 텐트를 말리고 정비하며 다음 출조를 계획하는 지금, 벌써 덕동산의 그 시원한 계곡 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