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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고생기] 힐링을 꿈꾸다 '킬링'이 된 그날, 첫 캠핑의 눈물겨운 사투

by o329 2026. 4. 21.

글램핑의 달콤한 향기, 그게 화근이었을까요


인생은 원래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요. 우리 가족의 캠핑 인생도 시작은 참 달콤했습니다. 몇 년 전,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처음 갔던 키즈 글램핑장이 발단이었죠. 펜션보다야 시설은 좀 부족해도, 텐트라는 공간이 주는 그 묘한 아늑함이 있더군요. 밖에서 지글지글 고기를 굽고,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불멍'을 때리던 그 밤. 우리 가족은 펜션에서는 절대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에 취해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노지에서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제대로 한번 해볼까?" 아내에게 던진 이 한마디가 거대한 지름신과 고생길의 서막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아내도 눈을 반짝이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저는 그날부터 캠핑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들며 장비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스트텐트 실내 세팅
네스트 텐트

평택에서 대전까지, 열정 하나로 모셔온 '네스트'


장비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습니다. 낚시 장비만큼이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더군요. 마음속으로는 이미 수천만 원어치 장비를 다 세팅했지만, 현실과 타협해 '적당한 선'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제 눈에 들어온 녀석이 바로 국민 텐트라 불리는 코베아의 '네스트'였습니다.

마침 대전에 한 번도 안 쓴 중고 매물이 떴다는 소식에 제가 사는 평택에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왕복 시간이 꽤 걸리는 거리였지만, 텐트를 트렁크에 싣고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든든하던지 세상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제 통장은 구멍 난 항아리마냥 비어갔습니다. 전기장판, 릴선, 팩 망치, 화로대, 난로까지... 챙겨야 할 건 왜 그리 많은지, 첫 캠핑을 가기도 전에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옆에서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았으련만, 혼자 맨땅에 헤딩하며 준비하려니 몸도 마음도 꽤나 고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테트리스'에 절고, 텐트 피칭에 두 손 두 발 다 들다


드디어 대망의 첫 1박 2일 동계 캠핑 날이 밝았습니다. 설레는 맘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는데, 여기서부터 사달이 났습니다. 우리 집 차가 넉넉한 SUV도 아니고 평범한 중형 승용차라, 그 산더미 같은 짐을 싣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짐을 넣었다 뺐다, 밀어 넣었다 다시 꺼냈다... 이른바 '테트리스'를 몇 시간 동안 반복하고 나니 출발도 하기 전에 땀범벅에 녹초가 됐습니다. 분명 캠핑은 '힐링'하러 가는 거라고 들었는데, 벌써부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저수지 앞 파쇄석 사이트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 서둘러 텐트를 펼쳤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고 왔기에 자신만만했건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폴대는 자꾸 엇나가고 팩은 박히지도 않고... 꼬박 한 시간을 텐트 하나랑 씨름했습니다. 빨리 끝내고 저수지 경치를 즐겨야 한다는 조급함에 마음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고, 옆에서 도와주던 아내에게 괜한 짜증을 내며 큰 소리까지 오갔습니다. 힐링은커녕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텐트 하나를 겨우 완성했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꿈, 그리고 철수의 공포


장비 세팅을 다 끝내니 어느덧 오후 6시. 주위는 이미 어둑어둑해졌습니다. 내일이면 짐 싸서 집에 가야 하는데, 이제 겨우 밥 한 끼 먹고 나면 잠자리에 들어야 할 판이었습니다. 딸아이랑 놀아줄 시간은 고사하고, 화가 난 아내와 기운 빠진 저, 그리고 멍하니 있는 아이까지... 그야말로 '망한 캠핑'의 전형이었습니다. 억지로 고기를 구워 입에 넣었지만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더군요.

다음 날 아침, 철수 과정은 더 가혹했습니다. 어제 그 많은 짐을 어떻게 차에 넣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다시 시작된 테트리스 지옥. 짐을 싣고 다시 빼고를 반복하며 저는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낭만적인 캠핑은 이게 아닌데..."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는 뼈저리게 반성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머릿속으로 수십 번 되새겼습니다.

시행착오가 만든 '진짜 캠퍼'의 길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선 욕심부려 샀던 불필요한 장비들을 하나둘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승용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루프백을 장만해 짐 싣는 수고를 덜었죠. 텐트 피칭은 집 근처 공원에서 몇 번이고 더 연습했습니다. 무엇보다 1박 2일은 너무 짧다는 걸 깨닫고, 다음부터는 무조건 2박 3일로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첫 캠핑의 그 지옥 같은 경험은 저만 겪는 게 아니었습니다. 캠핑 카페에 가보니 다들 똑같은 고충을 겪으며 성장했더군요. 처음이라 서툴렀고, 처음이라 욕심이 앞섰던 것뿐이었습니다. 이제는 텐트 피칭도 뚝딱 해내고, 아내와 웃으며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서툴렀던 그날의 기억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온한 캠핑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5월입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멋진 풍경이 우리 가족을 반겨줄지, 즐거운 마음으로 차에 짐을 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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